▲ 내 마음의 풍금

#아련한 향수 선사 '내 마음의 풍금'

늦깎이 초등학생 홍연, 16살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이르는 문턱에선 그녀에게 어느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사범대학을 갓 졸업하고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부임한 총각선생님 동수가 바로 그 주인공. 그가 길위에서 홍연을 '아가씨'라 불러 세우며 학교로 가는 길을 묻던 그 순간, 홍연은 피할 수 없는 첫사랑의 운명에 빠져든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이 지난 9일~13일 현대예술관 대공연장 무대에 올랐다.
　<내 마음의 풍금>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사춘기의 성장통과 짝사랑의 감정을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내며 울산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유관순 귀신 이야기, 동네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영화를 보는 장면, 왕년의 인기 가수 케니 브라운 등 추억을 자극하는 소재들을 적절히 녹여내며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봉희, 정복이, 진구 어머니 등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공연장을 웃음의 도가니로 만드는 한편 춤과 노래는 물론 정확한 발음과 연기력까지 성인배우 못지 않은 아역배우들의 맹활약이 돋보였다.
　또 잔잔한 발라드에서 고음을 넘나드는 록버전까지 라이브로 연주되는 다양한 스타일의 넘버는 관객들에게 한 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며 몰입도를 높이는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볼거리 가득 '아가씨와 건달들'

뉴욕의 밤거리를 가득 매운 화려한 불빛, 주사위 내기판에서 멋진 수트를 입은 남자 배우들이 군무, 쿠바 하바나에서 춤추는 스카이와 사라의 모습 등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화려한 볼거리의 종합선물세트라 해도 무색하지 않았다.
　지난 12일~13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찾은 <아가씨와 건달들>은 뮤지컬의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유머 코드가 빛을 발하며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아가씨와 건달들>은 데이먼 러니언의 단편 '미스 새러 브라운의 스토리'를 토대로 14년째 약혼 중인 도박꾼 네이슨과 클럽의 쇼걸 아들레이드, 또다른 유명 도박꾼 스카이와 선교사 사라의 사랑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관객들은 1920년대 뉴욕의 정취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는데 미국 대공황기의 옛날 이야기지만 네이슨과 아들 레이드의 관계를 연하남-연상녀 커플로 설정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약혼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멍청이 보다 더한 마누라랑 사랑에 빠지는 바보가 됐네" 등 재치있는 대사를 비롯해 빠른 템포로 주고 받는 말장난, 중절모를 쓰고 몸에 딱 붙는 정장을 입은 두 건달의 커플 댄스 등은 엔돌핀을 자극하며 확실한 기분전환의 시간을 선사했다. 손유미기자 ymson@